"자본주의 뒤집기를 꿈꾸다"
삼십 대 청년 두 명.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출간…"공동체 자본주의는 21세기 이삭줍기"
▲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저자 전병길 씨와 고영 씨는 "자본주의 틀 안에서 대안을 꿈꿨다"고 했다. (사진제공 행복발전소)
“노력하면 누구나 보상받는다는 건 가진 사람의 논리에요. 경제·사회적 약자는 한계에 부딪히는 것을 봤어요. 기존 자본주의 틀 안에서 어떤 것을 꿈꿀 수 있을까 고민했죠.”
삼십 대 청년 두 명, 전병길, 고영 씨가 “발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깨달음으로 사회 양극화를 줄일 대안이 없을까 고민했다. 연구한 결과가 책으로 나왔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의 공동저자 전병길 씨는 새로운 자본주의는 ‘공생적 자본주의’를 말한다고 했다.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인정하면서 경제적 약자를 보살피는 틀이라는 설명이다. 다른 말로 ‘공동체 자본주의’라고도 하는데 생태적 공동체 운동과도 연관이 있다.
복잡한 유통과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생산자들이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자본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위코노미(WEconomy)라는 단어도 쓴다. 위코노미는 우리(We)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약자배려․자선․환경보호 등의 사회적 가치를 끌어안은 개념이다. 위코노미를 실현하기 위해 두 명의 저자는 수익금의 5%를 사회적기업인 희망제작소에 기부한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는 사회적 기업, 공정무역, 마이크로크레딧, 사회책임투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 다섯 영역을 소개하며 이를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습이라 칭한다. 다음은 저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책 서두에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그림이 있는데?
그림을 보면 성경 룻기에 나오는 한 장면이 생각난다. 룻이 시어머니를 따라 갔지만 가난해 생계가 막막했다. 당시는 추수할 때 떨어진 이삭을 그래도 두고 거둬가지 않았다. 농장 주인인 보아스가 이삭 주우러 온 룻에게 후하게 대한다. 두 사람의 자손에서 예수님이 나온다. 이삭을 두는 마음, 이삭을 줍는 마음으로 이 세대를 살아야 한다. 21세기에 새로운 이삭줍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위코노미다.
위코노미로 소개한 다섯 영역을 소개해달라.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목적을 같이 추구하는 것으로 사회 복지와는 다르다. 사회 복지가 사회 약자에 대한 구제라면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회적인 서비스까지 생각하는 게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크레딧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으로, 그들을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공정무역은 유통 과정의 폭리를 해결하고 가난한 생산자들에게 제대로 된 원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돕는 분위기 자체는 가난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비롯했다. 일하는 과정에서 아동착취 등이 있는지 감시하고 생산지 지역사회를 위해 일정기금을 투자하기도 한다.
사회책임투자는 주식을 투자할 때 안 좋은 일을 하는 기업, 노동자 착취 환경 파괴하는 기업 대신 미래 인류 산업에 투자하거나 사회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공헌활동․봉사활동을 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다섯 가지 영역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개인이 사회책임투자를 해서 마이크로크레딧 하는 회사를 돕고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자금 지원을 받은 회사가 공정무역으로 물건을 수출하고 그것을 사회적기업이 팔고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등 서로 연관된 것이 바람직하다.
기독교인의 사례가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다섯 가지 영역 모두 기독교인이 시작했다. 사회적기업은 에르가헬름즈 목사가 보스톤 빈민지역에서 만든 굿윌(Good Will)이 시작이다. 구호물자로 돕는 것에 한계를 느낀 에드가헬름즈 목사가 받은 물품을 수선해서 판매하도록 하고 수익금으로 직업 훈련과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오늘날 굿윌은 사회․경제적 소회계층에게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영국의 노예해방을 위해 싸웠던 윌리엄 윌버포스와 함께 활동했던 동지인 퀘이커교도들이 시작했다. 노예들이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 생산하는 서인도제도의 설탕을 불매하고 동인도제도의 설탕을 대체 구입하는 운동을 벌였다. 이는 노예 제도 폐지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
마이크로크레딧도 기독교인인 알 휘태거와 데이비드 부소가 하던 오퍼튜니티 인터내셔널(Opportunity Internatonal)이 확대된 거다. 데이비드 부소는 2004년부터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대출 활동도 하고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존 웨슬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존 웨슬리는 자본가들의 비도덕성을 비판하고 노예제도 폐지, 감옥 개선 운동, 빈민 구조 등 실질적인 사회 개혁을 시도했다. 이웃을 위해 돈의 전부를 사용하라고 외친 존 웨슬리의 영향으로 감리교도 중심으로 비윤리적 기업이나 '죄악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캠페인이 전개되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퀘이커교도 캐드버리가 시작한 캐드버리(Cadbury)를 꼽을 수 있다. 캐드버리는 자본가도 노동자도 하늘 아래 평등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정원이 있는 주택을 공급했다. 캐드버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선구자다.
▲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 전병길 고영 지음/ 꿈꾸는 터/ 352면/ 1만 4000원
공동체 자본주의에 기독교가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나.
현재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은 사회적기업이나 공정무역 등에 대해 잘 모르고 되레 비기독교인들이 더 관심이 있다. 1970년대와 80년대 운동권이었던 사람들이 2000년 이후 인권이나 환경․생명․평화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생활협동조합도 이들이 만든 것이 많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부분도 노동운동을 하시던 분들이 가져왔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여력은 되지만 관심이 부족하다.
현재 높은뜻숭의교회의 보이지 않는 성전 사업을 통해 만든 열매나눔재단에서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하고 있고 온누리교회에서는 번동 코이노니아라는 장애인직업공동체 사회적 기업을 하고 있다. 사랑의교회에서도 도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회가 윤리적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고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투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 사회적 기업이나 공정무역 기업에 젊은 사람들이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돈이 있는 교회는 사회적 기업을 돕는 펀드를 만들고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교회에서 강좌나 세미나를 열어 계속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원하는 교회는 어디든 불러 달라. 언제든 갈 준비가 되어 있다.
공동체자본주의가 과연 신자유주의의 대안인가.
미시적인 경제의 대안은 될 수 있다. 금융자본을 개혁하는 등 거시적인 문제의 대안은 되지 않지만 기업이나 소비자를 보는 미시적 문제의 대안은 될 수 있다. 사회적 기업, 공정무역 등 영역 자체로 대안이 되기는 어렵지만 상호 유기적인 관계가 원활하면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공정무역은 생산자와 소비자, 가난한 나라와 부자 나라의 거래의 문제로 이어진다.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커피를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커피 만드는 회사나 유통 매장이 구배한다면 기업이 사회적책임을 다하면서 공정무역을 활성화 하는 거다. 그 회사에 사회책임투자가 벌어지고 그 성과로 펀드를 넣는 등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거다. 이럴 경우에 다양한 경제적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생산지와 공정무역을 통해 최소한의 일거리와 살거리를 보장한다면 적어도 다음 세대에는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 거다. 삶을 살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다음 세대들이 교육받고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저자 전병길 씨는 "책을 통해 공동체 자본주의를 설명했다"고 말했다.ⓒ뉴스앤조이 김세진
사회적기업의 현황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은 저소득층 일자리 창출에서 시작했다. 자활서비스, 공공근로 등이 확대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곳은 254개다.
이명박 정부가 1000개 정도의 사회적기업에 3년 동안 인건비, 보조 세제,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고 한다. 계속 살아남을지가 문제다.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사회적기업이 확장하려면 제품의 질과 서비스를 보장하고 소비자 윤리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 정책도 일시적 지원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판을 짜주는 뼈대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의 사회적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의미가 있지만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한 데서 넘어서서 취업자가 계속적으로 일할 것인가도 문제다. 자아개발의 욕구 등을 어떻게 만족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속가능한 고용이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하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지속가능’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이 어부다. 어부들은 알을 밴 물고기나 새끼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 어장 황폐화를 막기 위해서다. 기업을 경영할 때도 당장 회사의 이익을 취하기보다 회사 전체를 보고 일정 부분 희생해야 할 때가 있다. 오늘 부하지만 다음 세대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서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지속가능’ 경영 마인드가 부족하다. 100원 이익 중에 1원 정도 공헌하면 희생한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 경영을 마케팅이나 장기 전략에 도입하면 효과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교육한 후 엔지니어로 뽑거나 제너럴 일렉트릭사가 환경 기술을 이용해서 기업 매출을 올리는 사례가 그 예다. 번 돈을 사회에 투자하면서 자신들 회사의 미래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책에서 공동체 자본주의 실천 사례를 소개했다. 멘토로 삼고 있는 사람이 있나.
개인적으로는 소비자 운동과 유통에 관심이 있어서 랄프 네이더를 꼽고 싶다. 초창기 소비는 공급자 위주의 소비였는데 랄픈 네이더가 소비자의 힘을 보여줬다. 종종 그를 소비자 운동의 효시로 소개한다.
랄프 네이더는 <어떤 속도로의 위험>이라는 책에서 제너럴 모터스(GM)가 만든 코베어 승용차의 결함을 고백한다. 초기에 GE는 반응하지 않지만 소비자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자동차 결함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며 최초로 리콜제를 실시한다. GM은 이를 계기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한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시작한 공익마케팅도 의미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마케팅을 통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부 예산이 적자라 노후한 자유의 여신상을 복원하지 못했는데 기업이 복원 프로그램을 실시한 거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카드를 쓸 경우 일부를 자유의 여신상 복원에 쓴 것이다. 그러자 카드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 30%나 성장했다. 소비자들이 소비에 대한 보람을 느끼면서 소비하게 하고 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이슈화해서 제품을 판 것이다.
88만 원 세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스펙보다 자신들의 미래 가치를 찾아라. 미래가치는 환경·평화·통일·기후 변화 등 미래 세대가 당면할 문제다. 자신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이슈가 될 이야기에 목표를 잡고 준비해라. 미래가치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라.
많은 젊은이들이 목표로 삼는 대기업․공기업에 취업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0%도 안 된다. 언론에서는 암담한 이야기만 한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새로운 시장 개척이 가능했고 기회도 많았다. 지금은 경제가 성숙기로 가기 때문에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 힘들다. 기존 일자리는 출혈 성장이다. 기존의 월급 많이 주고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는 줄어들면 줄어들지 늘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래 가치에 따라 새로운 사회적기업을 만들 수 있다. 꼭 도시에서 있으려 하지 말고 농촌이나 군소 도시로 가면 기회가 있다. 지역공동체산업을 하는 등 지역 자원을 이용해서 사업할 수 있다. 지역문화적 가치를 살리는 거다. 지방에 있는 청년들도 지방에 할 일이 많은데도 그것보다 스펙을 갖추고 서울에 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안타깝다.
위코노미는 사회 부조리를 기업가 정신으로 풀어가자는 거다. 사회 양극화나 기후변화, 노령화, 통일․인권 문제, 국제적 경제 불균형 등을 해소하는 일에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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