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패트릭(St. Patrick)과 아일랜드의 추억
아일랜드(Ireland)하면 생각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한국에서 60년, 70년대를 보낸 사람들에겐 '아, 목동아!' 혹은 '목동의 노래'라고 알려진 런던데리의 노래(Londonderry Air)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 잎 클로버의 나라, 유명한 흑맥주 '기네스'가 생산되는 나라, 그리고 최근에 와서는 음악계의 한 흐름을 이루고 있는 '켈틱 여성들(Celtic Woman),' 그런 것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물론 문학의 나라이니까 제임스 조이스, 오스카 와일드, 윌리암 예이츠, 사무엘 버케트의 나라이기도 하다.
이젠 미국 명문 정치 가문으로서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는 케네디 가문이 여기 아일랜드 출신이란 것과 배우 출신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 역시 이 나라의 후예라는 점 등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아일랜드하면 세인트 패트릭을 빼놓을 수 없다. 아니 이 아일랜드의 수호성자(Patron Saint) 때문에 아일랜드는 지구촌에 널리 알려진 나라가 되었다고 해도 될 것이다. 3월 17일은 세인트 패트릭이 별세한 날이다. 그의 죽음의 날은 그를 기리기 위한 지구촌 축제의 날로 변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공식적인 연방 공휴일은 아니지만 이날 학교마다 초록색 의상을 입은 학생들의 퍼레이드가 벌어지고 아이리쉬가 많이 거주하는 도시에선 화려한 퍼레이드가 열리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기억되는 3대 성자가 있다면 산타 클로스로 유명한 세인트 니콜라스, 세계 연인들의 가장 행복한 날, 세인트 발렌타인스 데이를 유래시킨 세인트 발렌타인, 그리고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를 낳게 한 세인트 패트릭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인트 패트릭의 생애
패트릭은 387년 스코틀랜드 킬패트릭에서 태어나 461년 3월 17일 아일랜드에서 사망했다.
패트릭은 영국을 책임지고 있던 로마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데 14세 때 아일랜드로 붙잡혀가 거기서 양떼를 지키는 노예로 살게 되었다. 이때 아일랜드는 이방신과 켈트족의 원시종교인 드루이드교(Druidism)가 지배하고 있을 때였다. 목동으로 노예생활을 하면서 켈트족의 언어와 생활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예로 살아가던 어느 날 하나님께 기도하는 순간 패트릭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게 되었고 계시를 따라 행동한 결과 마침내 아일랜드 탈출에 성공, 영국으로 돌아왔다. 그의 나이 20세였다.
그는 사제가 되기로 결심하고 성 게르마누스에게 사사를 받고 그를 통해 사제가 되었다. 사제가 된 후 얼마 후에 주교가 된 패트릭은 이방 신앙에 빠져있는 아일랜드를 복음화하기 위해 433년 3월 25일 다시 아일랜드 땅을 밟게 되었다. 이번에는 노예 신분이 아닌 선교사가 되어 그 나라에 간 것이다.
그는 수많은 기적을 행하면서 아일랜드를 복음화해 갔는데 수많은 그의 제자들이 생겨났고 전국 곳곳에 교회당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패트릭이 아일랜드에서 약 40여 년 간 복음을 전파하는 동안 아일랜드의 왕들과 왕족들을 포함, 전 아일랜드 왕국이 기독교로 개종하여 마침내 아일랜드는 기독교의 땅으로 변화되었다. 그는 아일랜드에 자신이 최초로 교회당을 건축한 솔(Saul)에서 461년 사망했다.
샴록(Shamrock)
지금도 아일랜드의 상징은 세 잎 클로버(Shamrock)다. 패트릭은 원시신앙을 갖고 있는 아일랜드 켈트족에게 삼위일체를 설명하기 위해 아일랜드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세 잎 클로버를 손에 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아일랜드의 상징은 샴록의 초록색이며 세 잎 클로버는 아일랜드의 항공사 로고 등으로 두루두루 사용되는 이 나라의 상징이 되었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퍼레이드에도 이 세 잎 클로버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초록색 옷과 모자, 스카프, 신발 등을 걸치고 행진을 하기 때문에 온 거리는 초록색의 물결을 이룬다. 현재 샴록은 아일랜드의 나라꽃이 되었고 초록색은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
또 하나 세인트 패트릭과 관련된 전설 중에는 그가 아일랜드의 모든 뱀을 쫓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아일랜드에는 뱀이 살고 있지 않다고 전해지고 있다.
세인트 패트릭스 십자가(St. Patrick's Cross)
영국의 국기를 '유니온 잭'이라 부르는데 이 국기에는 3개의 십자가가 혼합되어 있다. 우선은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파란색 바탕의 흰색 대각선 십자가. 이를 흔히 성 안드레 십자가(St. Andrew's Cross)라고 부른다. 그런데 또 빨간색 대각선 십자가도 보인다. 즉 흰색 바탕의 빨간 대각선 십자가다. 이것이 세인트 패트릭 십자가다.
그러니까 잉글랜드 상징의 라틴 십자가와 세인트 패트릭, 세인트 앤드류 십자가가 연합된 이 유니온 잭은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잉글랜드가 하나의 왕국, 즉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Ireland 란 사실을 말해 준다. 그러나 1922년 아일랜드는 연합 왕국에서 탈퇴, 독립국가가 되었고 북 아일랜드만 영국의 영토로 남아 있다.
켈트족의 십자가(Celtic Cross)
아일랜드 켈트족들이 믿던 두루이드교의 상징은 원, Circle 이었다. 둥근 원에다 두 개의 막대기를 나란히 내린 것이었는데 원은 영원한 삶, 불멸의 삶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이에 세인트 패트릭은 영혼불멸 사상을 상징하는 원과 십자가를 결합시켜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만 영원한 생명이 보장된다는 의미의 십자가, 즉 십자가를 원으로 둘러싸고 있는 켈틱 십자가를 만들어 복음을 전파했다. 그래서 지금도 개신교에서까지 이 켈틱 크로스는 널리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맨하탄의 세인트 패트릭스 성당
뉴욕의 세인트 패트릭 성당(St Patrick's Cathedral)은 캐톨릭 교회가 공동묘지를 목적으로 처음 이 땅을 소유했지만 1950년에 존 휴스 대주교가 성당을 짓기로 결정하여 건축된 것이다. 독일의 쾰른 성당을 본 따서 만든 이 성당은 높이 약 100m 정도로 38년에 걸쳐서 1850년에 완공되었다. 세계에서 11번째로 큰 성당으로 유명한 이 성당은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성 패트릭 성당(헨델의 메시야가 초연된 곳으로 유명)보다도 훨씬 큰 뉴욕 맨하탄 5번가의 상징이기도 하다. 필자는 뉴욕에 사는 아들과 함께 이 성당 앞을 걷다가 하도 웅장하여 "한번 들어가 보자!"고 들어가 보니 바로 성 패트릭 성당이었다. 뉴욕의 아이리시 아메리칸들의 저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성당은 정확하게 5번가와 매디슨 애비뉴, 50번가와 51번가 사이에 있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3월 17일은 미국, 캐나다 등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사는 곳이면 세계 어디서나 지켜지는 대형 명절이고 이제는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행진은 1737년 보스턴에서 ‘아이리시 자선협회’에 의해 처음 시작됐는데 이어 이 행사는 뉴욕,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 시카고 등 미국 여러 도시로 퍼져 미국 내에서 15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가장 큰 행진으로 발전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아일랜드에서 이 날은 술집 문을 여는 것이 법으로 금지될 정도로 엄숙했지만 1995년부터 상황이 달라져 아일랜드 정부가 전 세계에 아일랜드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영국, 캐나다, 스페인,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퍼레이드를 비롯한 대규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 행사에는 항상 기네스 맥주가 함께 한다고 한다.
아일랜드의 추억
2006년 아일랜드를 방문했을 때 필자는 "이 나라가 바로 세인트 패트릭의 나라구나!"라는 생각에 빠져 몇몇 도시를 돌아본 기억이 있다.
금융위기를 맞아 최근 아일랜드가 무척 어려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있지만 그러나 그 나라의 발 빠른 IT산업 육성의 결과로 국민 총생산이 거의 영국을 앞서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수도 더블린은 그 옛날 가난의 티를 벗고 국제금융 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었고 리피 강을 따라 자리 잡은 수많은 아이리쉬 펍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락들은 과연 이 도시는 젊음과 음악의 도시란 생각을 갖게 했다.
골 웨이와 같은 아일랜드 서부지역 아름다운 농촌을 지나다보면 마치 목동의 노래가 저 멀리서 울려 퍼질 것 같은 목가적인 나라, 그 아일랜드의 나라 색인 초록색으로 다음 주 미국의 주요도시들은 넘실댈 것이다.
한 명의 위대한 선교사가 이렇게 완벽하게 한 나라의 종교를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역사 속에 심어 놓은 위대한 복음 전도자, 세인트 패트릭의 날이 다음 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조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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