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19, 2010

“화를 내는 것은 나를 인정해 달라는 것”
'행복가족캠프'로 종교의 벽 넘는 원불교 권도갑 교무

'행복가족캠프'를 지도하는 원불교 권도갑(61) 교무는 어설픈 화해와 앙금이 남는 인내보다 화(분노)의 힘을 가르친다. "'화'를 나쁜 것이라고 여기는 문화 때문에 화가 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그는 "'당신 때문에 내가 화났어'라고 말하는 건 꿈을 꾸는 것과 마찬가지며, 화를 내는 당사자 내면의 문제 때문임을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권 교무의 '행복가족캠프'에서는 화를 '제대로' 내는 표현법을 가르치고, 화낸 사람을 축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화내는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세요.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아프다는, 나를 인정해 달라는 애타는 요청이 보일 겁니다. 그 눈을 보고나면 연민의 정으로 끌어안을 수 있습니다. 물론 화낸 사람은 마지막에 '이건 내 문제예요'라고 표현하며 스스로 내면을 성찰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제 역할이고요."






◇"화나도 웃어야 하는 성직자의 이중적 삶을 해결하기 위해 마음공부에 매진해왔다"는 원불교 권도갑 교무는 "내게 아내는 살아있는 경전이고 가정은 성소(교당)"라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행복가족캠프'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라는 원불교 정신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종교의 울타리 넘어서=

매월 한 차례씩 1박2일간 권 교무가 운영하는 '행복가족캠프'는 원불교 신도보다 비신도의 비율이 훨씬 높다. 때론 목사와 수녀들도 참여한다. 최근엔 호주 시드니에서 원정 '행복가족캠프'를 열기도 했다. '인기 강사'인 권 교무는 성당과 교회, 기업과 시민단체의 특별강연 요청도 쇄도한다. 그가 운영하는 카페(cafe.daum.net/maumstudys)에는 4000명이 넘는 회원이 등록돼 있고, 매주 목요일 용산 원불교 서울교당에 모여 마음공부 모임이 열린다. 그가 강의하는 원광디지털대 '마음공부학'에는 매년 1000명 이상이 수강한다.

'행복가족캠프'는 20년 가까이 원불교 수행을 결합한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원 교무가 2007년 책 '우리시대 마음공부'를 내면서 출판사 주최로 한 수련원에서 열었던 프로그램이 효시다. 종교색을 탈색해 많은 사람을 불러모으고 있지만 권 교무에게 '행복가족캠프'는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의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일체가 다 부처이며 매사에 불공하는 마음으로 살라)"의 뜻을 실현하는 방편이다. 대신 종교적 화두를 쉽게, 현대적으로 풀어내 전달하는 건 그만의 재능이다. 캠프에서는 "지금껏 나를 가장 괴롭혔던 그 사람이 내겐 가장 고마웠던 사람이다. 왜 그럴까"라는 식으로 과제(화두)를 던진다.

프로그램은 회를 거듭하면서 부부뿐 아니라 부모자식간, 형제, 직장 선후배 등 참가자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는 "자녀에게 문제가 있다면 부모부터 오라"고 말한다. 자녀에게 부모의 문제와 상처가 투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나는 모든 이가 나를 비춰주는 거울=

26차까지 진행돼온 행복가족캠프의 인기비결은 원불교의 테두리를 벗어난 것, 그리고 무엇보다 권 교무 부부의 실전 코치가 설득력을 높인 덕분이다. 캠프는 권 교무의 부인인 양경희 원광보건대 간호학과 교수가 언제나 함께 진행을 맡았다. "행복가족캠프를 나 혼자 운영했으면 이런 감흥과 벅참, 정신적 도약을 못 느꼈을 것입니다. 아내와 나는 서로를 깨달음으로 이끌어주는 공생관계지요."

'마음 간호'를 지향하는 양경희 교수에게도 남편의 '마음공부'는 좋은 교과서다. "강연 때도 늘 아내를 동반합니다. 그래야 제가 거짓말을 하지 않고, 부부관계에서도 저 혼자 앞서나가지 않게 되거든요."

수행을 삶의 지평으로 적극 끌어안은 권 교무의 출가이력은 남다르다. 옷을 수출하는 대기업에서 일하다 서른 살에 늦깎이로 출가했다. "사람을 만났는데 사람이 안 보이고 어떤 옷을 입었나 옷만 보이더라"는 게 계기가 됐다.

'행복가족캠프'가 기존 부부클리닉과 다른 점은 단순히 의사소통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나아가 갈등의 원인을 '내 마음'에서 찾고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탓이오'에서 끝나면 발전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는 상대(배우자)가 내 내면을 비춰주는 거울임을 잘 모르고 산다"고 답했다. "남편, 부모, 상사가 내 모습을 보여주는데 끝없이 상대를 변화시키려고만 하지요.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내 문제를 확인하고 나를 바꿔나가면 나를 비추는 거울도 달라집니다." 캠프는 매월 둘째주 주말 서울 용산 하이원빌리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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