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토지와 경제정의17]토지와 교회의 소명 / 대천덕
성토모2009.10.16 21:36:51
토지와 교회의 소명
대천덕 지음 / 전강수·홍종락 옮김
지금 우리가 제기하려는 질문은 ‘교회의 역할과 토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먼저 교회의 역할부터 점검해 보아야 한다. 교회는 왜 존재하는가? 교회란 무엇인가? 교회는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사역을 담당하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리스도의 사역이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을 선포하는 일이며,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영접하도록 초청하는 일이요, 그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하도록 양육하여 제자로 만드는 일일 뿐 아니라 복음을 선포하고 최선을 다해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에 그들을 투입하는 일이다.
그리스도인들이 그리 많지 않은 지역에서는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권력이 다른 사람의 수중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에서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이 대다수인 지역에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세우는 일을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 낼 수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가?
초기 기독교 시절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어떻게 기독교 맨 처음 기독교는 재력도 권력도 없는 작은 소수 집단으로 출발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서로 나누었다. 그들이 소유한 토지는 자신들의 경제생활뿐 아니라 모임을 유지하고 꾸려 나가기 위한 기반이었다. 그리고 최초의 건물은 단지 개인의 집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건물이 교회 활동을 위해 세워졌다. 이것이 거의 300년 동안의 모습이다. 대지주들이 그리스도인이 되는 경우, 그들은 자신들의 토지를 다른 기독교인들과 공유하였고, 결과적으로 소규모 공동체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
4세기 초반에는 통치자들이 기독교로 개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왕이 그리스도인이 된 이상 그들도 그리스도인이 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래서 일단 교회에는 들어왔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에 자신들의 삶을 맡길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들이 믿던 것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자연 그들에게는 교회 내에서 어떻게든 빨리 한자리 차지하여 교회의 가르침이 더 이상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바꿔 놓는 일이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그리스도인 왕들이라면 거짓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를 휘어잡지 못하도록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왕들조차도 진정으로 변화되지 않았으며, 교회를 단지 통제가 필요한 다양한 조직들 가운데 하나로 여겼을지 모른다.
그 당시에는 성경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에 대한 구약성경의 가르침은 고대 유대 사회에만 적용될 뿐 현재의 인간 사회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기독교는 단지 죄를 용서받고 천당행 여권을 받는 일에만 관련이 있다는 막역한 느낌이 확산되었다. 실제로 교회의 공식적 견해를 대변하는 위치에까지 올라간 몇몇 신학자들은 이러한 생각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종교는 내세에만 관련이 있다고 보는 이러한 신앙관은, 권력자들에게 이 세상의 지위를 제멋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을 것이다. 아니, 바로 그런 일이 실제로도 일어났다. 교회가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한, 권력자들은 교회를 이용하려 들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교회의 소명은 완전히 망각되어 버렸거나 아니면 세상을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는 소명으로 재해석되어 버렸다. 권력자들은 종종 교회가 지주가 되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그런데 인쇄술을 발명하고 성경이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면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주의 깊고 철저하게 읽으면서 하나님이 실재하는 현재의 세상에 관여하신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종종 교회의 권력 구조 뿐 아니라 현실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들과도 충돌한다.
토지가 권력의 기반이라는 말이 사실이고 현재 이 현실 세상 가운데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일이 교회의 소명이라면, 교회는 토지를 확보해야 마땅하다. 교회가 토지를 확보하는 만큼, 꼭 그만큼 교회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교회사를 볼 때 “교회가 토지를 소유하고도 부패하지 않을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결국 토지와 교회의 문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로 귀착된다. 토지를 갖는 일, 그리고 동시에 우리의 사명을 망각하고 부패하여 그저 또 하나의 지주로 전락해 버리지 않는 일. 우리의 마음을 이 과제에 집중시킨다면, 우리가 교회사의 새로운 장을 열지 못하리라고 체념할 이유는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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